혹시 약국에 들렀다가 약사가 아닌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한 적 없으신가요? “한약사는 한약만 다루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구매를 망설이셨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여러분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약사사회와 대한한약사회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바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문제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 때문입니다. 이 논란, 단순히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대한한약사회 일반의약품 판매 논란 핵심 요약
-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허용 여부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약사법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오랜 갈등입니다.
- 대한한약사회는 국민 편익 증진과 선택권 확대를, 약사사회는 의약품 전문가의 직능 침해와 국민 안전 위협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 이 논란의 중심에는 소비자 안전, 의약품 오남용 방지, 그리고 미래 통합의료 체계 내에서의 각 직능의 역할 정립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법적 해석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모든 논란의 시작은 ‘약사법’의 모호함에 있습니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의 면허와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대한한약사회는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행위는 허용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근거로 일반의약품 판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약사사회는 약사법의 입법 취지가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에 있다며, 이는 명백한 직능 침해라고 반박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법 조항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갈리면서, 보건복지부나 식약처와 같은 정부 기관도 뚜렷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은 수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직능 범위와 전문성의 충돌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은 ‘전문성’에 대한 시각차입니다. 한약사는 한약학과에서 한약 및 한약제제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고, 한약사 국가고시를 통과한 한약 전문가입니다. 이들은 첩약 조제, 한약재 감별 및 관리, 한약제제 판매 등 전통의약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약사사회는 현대의 일반의약품 대부분이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만큼, 약학대학에서 약리학, 약물치료학 등을 심도 있게 배운 약사만이 안전하게 취급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대한한약사회 측은 한약사 교육 과정에도 기본적인 약리학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쌍화탕처럼 한약 원리를 기반으로 한 일반의약품이 많아 충분히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맞섭니다. 이처럼 각 직능이 쌓아온 전문성의 영역을 어떻게 인정하고 구분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약사 vs 한약사 교육 과정 비교
| 구분 | 약사 | 한약사 |
|---|---|---|
| 주요 교육 과정 | 약리학, 약물치료학, 의약품합성학, 약제학 등 현대 의약품 중심의 교육 | 본초학, 한방약리학, 한약제제학, 수치법제, 한약재 감별 등 전통 한의약 중심의 교육 |
| 핵심 직능 | 의약품 조제 및 복약지도, 의약품 품질 관리 및 유통 | 한약 및 한약제제 조제, 첩약 조제, GMP 기준 한약재 관리 |
국민 편익과 소비자 안전 사이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집 가까운 한약국에서 간단한 일반의약품을 살 수 있다면 분명 편리한 일입니다. 대한한약사회는 이러한 ‘국민 편익’과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특히 약국이 부족한 지역이나 공공 심야 약국 운영에 한약사가 참여함으로써 보건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약사사회와 일부 시민단체는 ‘안전’ 문제를 제기합니다. 일반의약품이라도 잘못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충분한 상담 없이 판매가 이루어지면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성분을 제대로 모르고 약을 복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약물 상호작용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편익과 안전성 확보라는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미래를 위한 상생의 길 모색
대한한약사회와 약사회의 갈등은 단순히 두 직역의 다툼을 넘어,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의 미래와도 연결됩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만성질환 관리가 중요해지고, 예방 의학과 통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의약의 현대화, 과학화, 표준화는 필수적이며, 한약사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추고,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약사법 개정 등 명확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두 직능 또한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지속적인 보수교육과 학술 교류를 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한의약 육성 발전 계획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